방랑어른이

프랑스에서의 첫 의료경험 본문

하루

프랑스에서의 첫 의료경험

알밤만쥬 2021. 8. 28. 07:16



보르도의 첫 집은
아주 아주 작고 메자닌 형태로 되어있는 작은 스튜디오이다

햇볕도 잘 들지 않고, 세탁기도 둘 수 없으며, 리노베이션을 했다는 바닥 타일은 이미 다 깨져있고, 바선생과 갖은 벌레들의 아늑한 홈스윗홈..

뚜이의 이직이 생각보다 빠르게 결정되었고, 당장 지낼 곳은 필요한데 보르도는 큰 도시이며 학생이 많은 만큼 집을 찾는게 쉽지 않았다. 여기에 뚜이는 무조건 직장과 가까운 곳을 찾는 걸 최우선으로 두었고..
첫 출근 전 주에 보르도에 가서 보고 온 스튜디오가 가능하다는 연락이 와서 기쁘게 갔지만
온 빌딩에서 나는 대마 냄새와 꿉꿉한 곰팡이 냄새와 특유의 우울함이 묻어나는 학생 스튜디오 빌딩은 아무래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만 늘어나게 해주었다

그리고 메자닌을 올라가는 계단은 간이 계단 형식인데 이경사가 매우 격하고 발 딛음판은 너무나도 작고 미끄러워서 서로 늘 조심하자 했는데
언젠가 한번 미끄덩 하겠다 싶었는데 그게 내가 될 줄이야
내려가려고 한 첫 발부터 미끄러져서 일층으로 추락하며
발을 책상에 치고, 팔과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다
진짜 세상이 번쩍 하고.. 한동안 말도 안나오는 충격에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다행히 뚜이가 같이 있어서 망정이지 혼자 있었으면 진짜... 너무 서러웠을 것 같다


머리 충격이 너무 커서 결국 뇌진탕이 와서 토하고, 삼일 밤낮을 진통제를 먹으며 버텼다
SAMU 를 부르기엔 애매한 느낌이여서.. 뚜이 역시 병원에 가도 별 다르게 할 게 없다고도 했었다만
삼일 뒤 정신을 차리고 난 뒤에 본 발가락이 심상치
않았다







멍도 멍이지만 붓기가 가라 앉질 않는게 뼈에 문제가 있다는 느낌이 왔다
살짝 건드려보니 어느 한 방향으로만 움직일 때 고통스러워서 문제가 있구나 하고 판단하고 병원을 가야겠다고 했는데 이 망할 고집불통 뚜이는 뼈가 부러졌다고? 그럴리가.... 라며 병원 예약을 도와주었다
쒸익쒸익

프랑스의 시스템은 제너럴-스페셜 순으로 가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스페셜리스트로 직접 가는것도 가능은 하지만 거절당할 확률도 있다 (는 나의 이야기)
결국 가장 빠른 제너럴리스트를 만나러 갔다













머리는 이야기를 듣더니 아 뭐 몇일 지났는데 너 지금
이렇게 있는거 보면 멀쩡한거야^^ 하는 제너럴닥..
발은 보더니 부러진 것 같다며 하지만 스페셜리스트를 만나러 가도 그들이 별달리 해줄 수 있는 건 없을거라며 일단 이렇게 테이핑을 해서 고정하는 것 말곤 없다고 해준 테이핑이 저 위의 사진이다
그리고 엑스레이를 찍도록 소견서를 내주고
(물론 이마저도 굳이? 하며 내어줌)
25유로를 지불하고 왔다

하...














화가 나서 집에 돌아와서 테이핑 떼어버리고 얼음찜질을 해주며 보니 아직도 많이 부었다














엑스레이를 촬영하는 것도 라디올로지스트를 따로 예약해서 가야했는데, 결국 소견은 상단 관절면이 부러졌다고. 다시 엑스레이를 들고 제너럴에게 돌아가서 처방전을 받으라고 했다..
난 그래도 여기서는 멀쩡한 테이핑 혹은 테이핑 방법이라도 알려줄 줄 알았다만 그것은 나의 너무 큰 착각

그렇게 소견서를 받아 뚜이에게 보여주니 당장 제너럴 다시 예약을 하자고 해서 왜그러냐니까 소견서 단어가 너무 무섭다며 토요일에 영업하는 제너럴을 만나러 갔고
그 제너럴은 더했다.. 자기는 방사선 전문의가 아니라 잘 모르겠다며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갸우뚱거렸고
돌리프란과 이부프로펜을 처방해주었고 약국에 약사에게 부탁하듯이 적당한 붕대를 주세요. 라고 써진 처방전을 주었다.

질려버린 상태로 동네 약국 몇군데를 돌아 신축성이 있는 붕대를 사서 직접 구글링을 해서 테이핑을 해서 고정을 했고 그것이 미국 돌아오기 바로 전 날.. 그래서 항공사에 부탁하여 휠체어를 타고 입국하였다












그냥 돈 더 낼테니 좀 더 좋은 의료를 받고 싶다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써 9월  (0) 2021.09.02
이사하는 날 그리고 역시 프랑스가..  (1) 2021.08.31
보르도 라는 곳  (0) 2021.08.26
선택지들  (0) 2021.01.30
빠른 듯 느린 듯  (0) 2021.01.22